
평소 전쟁의 무모함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좋은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박노해 시인의 첫 사진 전시회인 <라광야>전이다.
이번 전시회에 많은 사진들 중에서 쿠르트 족에 대한 사진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나는 일전에 이란 쿠르트족 최초의 감독인 바흐만 고바디의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통해 쿠르트족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이 영화를 통해 이란과 이라크, 터키의 국경지대에서 흩어져서 살며 온갖 탄압과 시련을 겪고 있는 쿠르트 사람들에게 애정이 갖던 때였다.
그때 봤던 영화 속 대사가 생각난다.
"인생이란 놈은 나를 산과 계곡으로 떠돌게 하고 나이들게 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네"
이 대사는 노랫말인데...
영화 속 장면 중 밀수꾼을 도와 화물차 뒷칸에 실려진 채 이동을 하는 쿠르트 어린들이 부르는 가슴 찡한 노래였다.

마치 13세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세상의 모든 슬픔을 경험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나 샬흡처럼...
그리고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또 한 편의 영화 <거북이도 난다>를 통해서 쿠르디스탄의 아이들이 허막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듯한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목숨을 걸고 지뢰를 내다팔아야 하고,
또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둬야 하는 모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영화 <거북이도 난다>는 박노해 작가님이 직접 방문했던 이라크 국경지역의 쿠르디스탄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여서 그런지 작품을 감상하면서 더욱 생각이 났다.

하루 빨리 무모한 전쟁은 끝이 나야하고,
그래서 평화롭게 바그다드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샤이를 나눠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힘든 생활에도 손님에게 대접했던 샤이를 나도 대접받으면서,
우리는 남이 아니라, 한 가족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세 잔을 연거푸 마시고, 아쉬워 한 잔을 더 마셔,
더욱 찐한 가족이 되고 싶었다.
비록 내 슬픔이 멈추지 않았던 전시회였지만,
함께 나눠 마셨던 샤이의 따뜻함과 달콤함처럼 온 세상도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온 세상에 샤이의 향긋한 향이 퍼지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다려본다.
박노해 작가님!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가을 전시회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