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기획의 글 | 이기명 갤러리 M 관장,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1
해 뜨는 광야에서 박노해를 맞는다.
인류 최초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시원지 알 자지라에서,
뜨거운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시리아 사막에서, ‘중동의 눈물’ 쿠르디스탄에서,
카메라를 든 ‘사진가 박노해’를 만난다.

그는 어린아이까지 집단학살 당한 레바논 까나 마을 폭격현장을,
감춰둔 전통복장을 꺼내 입고 금지된 모국어로 노래하는
쿠르드 아이들의 비밀공연을,
분노와 슬픔의 시선으로 필름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억압 받고 고통 받는 지구마을 민초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빛으로 쓴 경애의 시’이다.
그것은 한 장 한 장 심장의 떨림으로 촬영한
박노해의 <사진의 노동의 새벽>인 것이다.

2
박노해. 그는 민주화 이후 10년 동안 어디에 서 있었던가?

우리 역사의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대에 온몸으로
폭력과 지하밀실 고문장과 사형수와 감옥 독방을 뚫고 나온 박노해는,
민주화 이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를 부르는 수 많은 소리에도
왜 그는 침묵하며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그는 자신의 ‘이름’마저 버리고 다시, 지구시대의 가장 힘 없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울고 웃고 있었다.
그의 사랑과 실천은 인류 전체로 확장되고 심화되고 있었다.

그는 국경 너머 분쟁과 빈곤현장을 뛰면서
거기 살아 있는 진실을 시와 글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문자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다고 되 뇌인다.

3
박노해는 중동 분쟁현장, 그 삶의 존엄과 계속되는 고통과 슬픔을 공유 하고자
10년에 걸쳐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터키_쿠르디스탄을
사진적 증언으로 기록하였다.

박노해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장일지라도,
맨 가슴으로 총구를 헤치며 단신으로 파고든다.
“모든 진실은 현장에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박노해가 딛고 선 그 현장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생생한 역사적 진실과 직접 맞닥뜨리게 한다.

박노해의 사진은 중동 문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대상인 오늘의 억압 받는 인간을 융합시킨다.
그래서 피상적인 외연의 의미를 넘어 내포적 의미를 창조한다.
그 주제는 시적 울림을 통해 오늘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과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끈다.”

더욱이 박노해의 사진 세계는 주제의 깊이와 통일,
나아가 사진작업의 지속성을 갖고 있다.
그는 한 주제를 10년 동안 천착해왔기에 스스로 ‘작업의 역사’를 획득한 것이다.

4
그에게는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기록해 온
수만 컷의 흑백 필름 사진과 수천 편의 미 발표 시들이 육필로 새겨져 있었다.

나는 기획자로서, ‘사진가 박노해’의 작업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최고의 사진가 그룹 매그넘(Magnum)의
‘로버트 카파’전과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전을 기획할 때만큼
박노해의 첫 사진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 박노해의 지난 10여 년의 ‘뜨거운 침묵’의 실천,
그 한 자락이 <라Ra광야> 사진전으로 첫 선을 보인다.
국경을 넘어선 ‘사진가 박노해’가 첫 걸음을 내딛는다.


_ 이기명 <기획의 글> 중에서

* 전문은 <라 광야>展 도록에 실려있습니다.
이기명
이기명 대표갤러리 M 관장, (주)유로크레온/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Lee Ki-myoung, Director of Gallery M,
President Eurocreon/Magnum Agent

주요 전시 기획
매그넘 코리아展 (2008,예술의 전당)
로버트 카파展 (2007,예술의 전당)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展 (2005,예술의 전당)
매그넘 창립 50주년 세계순회사진전 (2001,예술의 전당)
 
한국 사진아카이브업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주)유로크레온의 대표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최고의 사진에이전시인 매그넘(Magnum Photos)의 한국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 갤러리 M의 관장이기도 하다.

역대사진전 최다 관람객인 20만 기록을 세운 매그넘코리아展(예술의전당)과 찰나의 거장-앙리 카르티에 브레송展(예술의전당), 포토저널리즘의 신화-로버트 카파展(예술의전당), 새로운 신화-마틴 파展 (예술의 전당), 세계 사진 거장들의 예술-매그넘 풍경展 (선갤러리), 부산아시안게임 공식문화축전 사진전 “Asia into Busan"(부산컨벤션센터) 등 10차례의 대규모 전시회를 기획한 바 있다.

사진집 판매부수 2만부를 기록한 월드컵 사진집 “Again 2002"(인터넷 대표 서점 ‘YES 24.COM 2002년의 책 24’ 선정)와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사진집 “대구 218”을 기획 및 사진 편집했으며 포토저널리즘의 바이블로 불리는 “포토저널리즘-프로 사진가의 접근”(청어람미디어 간)을 공역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사진기자협회 사진기자상 심사위원과 대한항공 여행사진 심사위원이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