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선한데 집단은 악한 것을 봤습니다.
정말 인간들에게 희망이 있는 걸까요?
"이스라엘 여군들 그냥 만나면 그렇게 착하고 멋있습니다.
그러나 군복과 총을 들면 개가^^ 됩니다. 그냥 개도 아닌 사냥개가 됩니다.
개인 대 집단이라는 논리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연에는 진공상태가 없습니다. 밭은 비워놓으면 온갖 풀이 돋아납니다.
사회도 권력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적으로 너무너무 무지한 언사가 있습니다.
'나는 정치에 무관심해, 나는 누구편도 아니야'
내가 무관심한 곳에 권력을 노리는 사람들이 파고듭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탐욕의 포퓰리즘이 파고들어와 있습니다.
우리 가슴과 삶에 자연과 관계가 사라진 자리로 화폐가 파고듭니다.
이런 속에서 사람이 온전할 수 있을까요?
엊그저께 파병에 갔다 온 한 청년이 왔습니다.
사진을 보고 눈물을 한참 흘리다가 사인을 받으러 왔습니다.
파병 왜 갔느냐고 물어보니, 제가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지금까지 고생하며
부모님이 저를 대학까지 보냈는데, 이번에 이렇게 갔다 오면
뭐라도 하나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랬다며 부끄러운 듯 말합니다. 이 친구가 나쁜 사람입니까?
전쟁은 총을 든 비지니스고
글로벌 비지니스는 총만 안든 전쟁입니다.
그 순간 우리의 모든 삶은 효율의 전쟁이 됩니다.
이런 전쟁 속에서 제정신을 가지고 살려면
얼마나 많은 각성과 노력과 연대가 들어가겠습니까.
우리 개인은 너무나 많은 삼투압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희망이 있냐?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짓는 만큼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길은 지금 바로 삶을 살고
지금 바로 내 영혼의 부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지금 바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보며 '아 이게 사랑이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고맙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잘 잊는 편입니다^^
그런곳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련과, 성찰과 분발의 계기로 삼을 뿐입니다.
오직 이 지상의 고통 받는 사람들과 영혼의 길을 걸어가는 것.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질 일입니다"
사진 공부를 하시거나, 장비를 더 추가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70년대 낡은 흑백카메라와 렌즈 하나로 씁니다.
그리고 똑딱이 디카 들고 다닙니다. 하지만 전혀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도구가 단순하면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줌이 안되니 가까이 갈 수 밖에 없죠.
가까이 가야 되니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죠.
관계가 좋아지면 이분이 정말 중요한 현장으로 데려갑니다.
관계가 좋아질 때 깊은 영혼의 눈빛이 나옵니다"
"가장 나쁜 관성은 '너와 나는 단지 다를 뿐이야'하고 넘기는 것입니다.
다양성이라는 것을 굉장히 수평적으로 저질화하고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보기 싫은 것을 그냥 무시하는
그런 유리처럼 매끄러운 젊은이가 되지 마시길.."
뉴스와 사람들의 말, 미디어..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첫번째 기준은 현장입니다. 아체, 쓰나미, 아이티.
지진이 나도 그 땅에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그 땅의 희망이고 진실입니다.
진실은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한 만큼 보입니다.
아무리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도 사심이 깃들면 갑자기 바보짓을 합니다.
아무리 작은 욕심의 돌멩이라도 눈꺼풀에 달라붙으면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꿈을 찾는 것이 꿈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꿈이 진열장의 직업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니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고문합니다.
제가 여기 앉은 젊은 학생만 할 때, 누가 저한테
'너 사진해라, 시 써라'하고 윽박질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 자신에게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이 삶을 제대로 살아야합니다.
언제까지 준비만을 하며 트랙을 돌겁니까?
사랑을 가지고, 먼저 두 발로 직접 걷고, 사랑하십시오.
사랑에는 타협하지 마십시오. 상처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었다고 보지만,
아직 진정한 민주화는 오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문제가 다 해결되어서 국경너머까지 간 것은 아닙니다.
내 문제 다 해결한 다음 남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
우리 문제 다 해결한 다음에 하겠다. 결코 끝끝내 못합니다.
자기 문제는 끝이 없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바로 나누어야 합니다."
중동이면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데,
사진을 보면 정말 가까운 사이 같아 보인다.
살면서도 누군가에게 다가가는것은 참 힘든 일인데
시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어떻게 하면 선뜻 다가갈까? 선뜻 걸어가면 됩니다.(웃음)
그렇게 못하는 건 마음 속에 두려움이 있죠.
저도 두려우면 멈추고 왜 두렵지? 뭐가? 고민합니다.
돈을 잃나? 다치나? 뭔가? 두려움은 꺼내서 직시하면 사라집니다."
분쟁현장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마음 속의 유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기 전에는 준비하기 바빠 정신이 없고,
비행기 타고나서야 유서처럼 편지를 씁니다.
▶2003년 이라크를 떠나며…
▶2006년 다시 레바논을 떠나며
시를 쓰다가 사진을 하셨는데,
문자와 이미지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느 것이 더 뛰어나다기 보다는 둘 다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사진을 찍으면 시를 못쓰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제 눈과 가슴을 직접 띄어 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그저 도구 일뿐입니다"
"저는 늘 그래왔듯이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쓴 것이 아니고,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닙니다. 현장에서 너무 절실하고 너무 필요하니까,
시를 쓰고 카메라를 들었을 뿐입니다"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곤 하지만, 과연 그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디어를 봐도 무엇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의심..하셔야 됩니다^^ 돕는다면 단체도 잘 찾아보고 알아보셔야 되고요.
문제가 많습니다. 언젠가 이야기할 때가 오겠죠.
다만, 그런 것을 떠나서. 이 땅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무력감.
저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지구 인류 전체로 보면
상위에 속합니다. 개인의 도덕성만으로는 무력합니다.
이 사회의 구조악을 꿰뚫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내가 쓰는 만큼 60억 인류가 똑같이 쓰면 지구 10개는 필요합니다.
줄여야죠. 내 삶을 지구인류의 삶에 맞게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