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박노해 시인 사진전 ‘라 광야’ … 7일부터 서울 저동 갤러리M
 글쓴이 : 경향신문
작성일 : 10-01-06 22:28 조회 : 3,299  




박노해 시인(52)의 사진전 ‘라 광야’가 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저동 갤러리M에서 열린다.
박 시인은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중동의 ‘광야’와 ‘막막한 사막’, ‘전쟁터’를 10년
동안 오갔다. 포탄 냄새가 자욱한 골목, 폭격에 무너진 건물, 핏자국 선명한 집안 가까이에서
중동의 고통을 담았다. 그는 “흑백 필름 카메라는 깊고 단단해 진실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것 같다. 빛으로 시를 써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37점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했다. 박 시인은 한점마다 사진설명을 붙였다.
시와 보도문 사이의 경계에 있는 듯한 사진설명은 고통의 과거와 현재를 그대로 알려준다.
2006년 레바논 남부 카나 마을에서 찍은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13세)’.
박 시인은 “건물 지하실로 대피한 마을 사람들 중 65명이 사망했고,
그중 35명이 아이들이었다. 살아 남은 사나 샬흡은 (중략) 혼자서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소녀 가장이 되었다.” ‘전사한 형의 사진 앞에서’(사진)는 박 시인이 2005년 팔레스타인
나블루스에서 찍었다. “ ‘한 집 건너 학살 가정, 한 집 건너 전사 가정’.
집집마다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가족 사진이 걸려 있다.
난민촌 형제들은 어디서나 서로 손을 꼭 잡는다. 언제 서로 떨어질지, 언제 영영 사라질지,
한번이라도 더 품에 안고 한번이라도 더 손을 잡는다.”

박 시인은 2007년 이라크 국경 부근에서 ‘바그다드 가는 길의 말라 죽은 오렌지 나무’를
보며 “모래바람 치는 사막에서 오렌지 나무는 살아 남을 수 없다/ 강제로 이식되는 것은
살아남기 힘들다/ 중동에 강제로 심어진 저들의 민주주의처럼”이라고 썼다.


경향신문 2010.01.07
김종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