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박노해씨, 첫 작품전 “내 사진은 무력한 시인의 무력한 사랑”
 글쓴이 : 경향신문
작성일 : 10-01-03 21:36 조회 : 3,399  




박노해씨, 첫 작품전 “내 사진은 무력한 시인의 무력한 사랑”


박노해 시인(51)의 현장은 ‘노동’에서 ‘중동’으로 가 있었다.
만년필 대신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10년에 걸쳐 이라크·
팔레스타인·레바논·요르단·터키의 전쟁터와 기아 현장을
“발바닥에 영혼이 깃든 낙타처럼” 걷고 또 걸으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7일 서울 나눔문화에서 열린 첫 사진전 ‘라 광야’ 기자회견에서
시인은 절박함을 토로했다. “눈물이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 썩는 냄새가 난무하는
폐허에서 아이들과 여인들의 미칠 것 같은 흐느낌을 들으면서
같이 흐느끼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인은 사진작업을 “무력한 시인의 무력한 사랑”이라고 했다.

내년 1월7일부터 28일까지 여는 전시회(서울 저동 M갤러리)에서 4만장 중 엄선한 37점을
선보인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한 컷 한 컷에는 단편소설 분량의 비극적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박 시인은 “다시 방문하면 사진 주인공 중 죽어 사라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쿠르드의 한 난민 가족 중 8개월 된 아기는 불덩이에 내던져졌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 “전시회는 적대하면서 몰아세우는 ‘글로벌 코리아’가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박 시인은 시인의 길과 사진가의 길을 함께 걸을 것이라고 한다.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3년 전 학교를 만들었는데 사진전이 끝나면 그곳으로 갈 계획”이라며 “돌아오면 10년간
매일 만년필로 쓴 시 4000여편을 간추려 시집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2009.12.07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