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진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박노해 시인 사진전을
보고왔다. 오래간만의 시내 외출인데다가 평소 좋아하는 시인의
특별한 사진전이라 기대와 설레임을 가졌던 시간이었다.
충무로에 위치한 생각보다 아담한 크기의 갤러리에
단정히 걸려있던 사진들... 기대만큼 많은 작품이 걸려 있지는
않았지만 한점 한점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다가오는 작품들
이었다. 작가가 10년 동안 중동지역을 오가며 분쟁과 전쟁의
아픔 속에서 처절하게 그러나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진솔한 표정을 마음깊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그들을 단 한번도 연민의 눈으로 보거나 자선과
구호의 대상, 가슴 뛰는 삶의 대상으로 바라 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힘겨운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폐허더미속에서도 협동하며 일어서는 강인함, 최선을 다해
절제하고 서로 나누고 보살피는 인간의 위엄을 본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오히려 경외의 마음을 갖는다 고백한다.
평소 중동지역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도.... 그들의 아픈 현실
과 고통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마음의 눈을
조금 크게 떠 그들의 삶에 대해, 아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이었다. 생각이 생각으로 머물러서는 안되는 때가 있음을 안다.
언제나 현장참여의 길을 걷는 작가의 걸음이 그렇게 이야기 한다.
미안함.. 겸손함.. 이런 마음을 가지고 갤러리를 나왔다.
방문객을 위해 따뜻하고 정갈하게 준비된 아랍국가의 전통차인
'샤이'의 향긋함과 대추열매의 달콤함이 그들도 거기 그렇게
살아있음을 더욱 또렷이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
전시기간 : 2010년 1월 7일 - 1월 28일
전시장소 : 갤러리 M www.gallery-m.kr
T. 02-2277-24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