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작가와의 대화 3]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글쓴이 : 라 광야
작성일 : 10-01-25 20:45 조회 : 16,949  

박노해 사진전 <작가와의 대화> 네번째 시간입니다.
많은 분들의 요청으로 하루 더 시간을 마련한 오늘,
오고가는 질문과 대답을 정리한 것입니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전쟁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우리가 전쟁의 세상에 살지만 내 안에 전쟁이 살지 않기를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의 본질을 봐야 합니다.

전쟁은 총을 든 비즈니스입니다.

아프간에 파병된 병사 한 명 당 약 1억 원이 들어갑니다.

전쟁을 지속시키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전쟁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일상이 전쟁의 문화가 되어

학교는 예비군이고 취업전쟁, 입시전쟁, 경쟁의 전쟁이 내면화 됩니다.

이 고리를 누군가가 끊어내야 합니다.

이것은 어느 하나로는 끊어낼 수 없습니다. 삶의 총체적 진보가 필요합니다.


사랑이 없다면 그대가 좋은 일을 했을 지라도

그 속에 자기과시와 자기 중심주의가 들어있다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는지 사람들은 다 압니다."


박노해 시인이
'사람은 참 무력하지만 분명 희망은 있다'며

詩로 대답을 이어갑니다.

발바닥 사랑_ 박노해




용산이나 촛불 같은 현장에서 너무 슬프고 아팠습니다.

또 가끔은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요,

사진 속의 중동 사람들은 어떠한 힘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힘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제가 석방되고 나서 유명해지고
여기저기에서 정치하라고 찔러오고 했지만

그렇게 살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10
년동안 사회에서 침묵하면서 한국사회 문제에
참여하지 않은것은 아닙니다
.
10
년동안 곳곳에서 저와 함께하는 나눔문화가 열심히 뛰었습니다
.

우리 사회의 저항에는 뿌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
우리의 노동에는 위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
그 이유는 대지에서 뿌리 뽑혔기 때문입니다
.
화폐가 되고 상품이 된 저항, 지구마을 전체와의 연대와 나눔이 사라진 저항은

돌아갈 자리가 없습니다. 돌아갈 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남은 희망이 없습니다
.
결국 보상으로, 돈으로 해결됩니다. 돈으로 타결되는 운동은 힘이 없습니다
.

희망의 저항은 대지와 자기 영혼에 뿌리 박아야 합니다.
돌아갈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
해고를 당해도 농사를 짓고, 몸을 회복하고 재기 할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

싸우다 절망할 때, 훨씬 더 고통스러워 할 그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볼 희망의 전위가 있어야 합니다.
일제시대 손발이 동상으로 얼어 떨어져 나가면서도

독립운동을 했던 그 분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중동 사람들은 하루 다섯번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합니다.

제 동생이 수녀인데, '삼종기도'하는 것보다 두번 많죠^^

서로 싸우다가도 기도시간이 되면 일단 멈추고 기도합니다.

기도하다 보면 자신을 늘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들,여자,꽃과 돌멩이...작은 것 앞에
무릎꿇지 않는자는
강자앞에 자신을 팔아넘깁니다.
그러나 약자앞에 무릎꿇는 사람은 강자앞에 절대 무릎꿇지 않습니다.
무릎 꿇는 힘으로 살아온 이 사람들을 그 어떤 무기로 이길 수 있을까요?"




왜 늘 위험한 곳으로 가시나요?


"사실 갔다올때마다 내가 다시는 오나봐라 합니다^^
그런데 제 위험은 위험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도 걸려있는 사진 속의 주인공들,
제가 다시 찾아가보면 둘 셋은
폭격으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마지막 영정사진이 되는 셈입니다.
그 앞에서 저의 위험을 이야기 할 수야 없지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신데,

사진을 찍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하나 정정하자면, 저는 대한민국을 대표한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저는 국가의 시인이 아닙니다.
카메라는 언어로 전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슬픔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약자들이 가장 필요한 것도 카메라였고,
강자들과 독재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도 카메라였습니다.


제 가슴을 울리지 않는 것은 찍지 않습니다.
충격적인 이미지보다 그것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삶의 뿌리로 들어갑니다.
팔레스타인에 간다면 폭격현장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60
년 동안 폭격을 받으면서 뭘 먹고 살까, 이게 제일 궁금하지 않나요?

삶은 노동입니다. 삶의 행복과 기쁨은 모두 노동에서 나옵니다.
노동이 착취당하고 소외되고, 사회에서 나의 노동이 인정받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반토막나고 실업자로 떠돈다면,
노동에서 내 영혼이 떨어져 나가는 사회는 결코 좋은사회가 아니라고 봅니다.

폭격속에서도 그 분들의 실제 삶은 이렇습니다.
그 삶의 뿌리, 노동의 뿌리부터 찾아들어가
그 분들의 말씀을 받아적은 것이 저의 시이고
그 분들의 영혼의 기도를 담은 것이 저의 사진입니다.
그리고 나서야 현장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젊어 보여 깜짝 놀랐습니다.

늘 위험한 현장에서 그런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닙니다.
이 사회가 옳다면 이 시스템으로 세상이 더 좋아지고 행복해진다면,
열심히 스펙을 쌓아 적응하십시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면,
저항해야 합니다. 저항을 멈추는 순간 어떤 성자도, 현자도 이미 늙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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