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왜 '라 광야'인가요?
 글쓴이 : 라 광야
작성일 : 10-01-07 20:27 조회 : 2,243  

박노해 시인의 첫 사진전의 제목은 <라 광야>입니다.
낯선 이름 Ra’에 얽힌 스토리를 전해 드립니다. 

 
라는 태양, , 태양 뜻합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생한 중동의 기름진 초승달 지역과 맞닿은 고대 이집트어이지요.

(‘기름진 초승달 지역에 대해서는 '라 광야'의 도록의 부록 <살람 야 중동> 7P를 참고해주세요)

▶도록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클릭!

  

중동에서 태양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뜻 이외에도

에는 10여년 간 평화활동을 펼쳐온 박노해 시인의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국경너머 빈곤지역과 분쟁현장에서도 그 곳 토박이 마을의 주민들은

제 손을 잡으며 갓구운 빵과 요구르트와 샤이를 함께 들자고 하십니다.

금새 햇살 좋은 흙마당에 오래된 나무 탁자와 의자가 차려집니다.

조금 있으면 가족과 친척과 이웃들이 몰려나와 스무명 서른 명으로 불어나지요.  

귀한 대추아쟈와 싱싱한 무화과를 들고 오신 분들, 양고기와 구운 양파, 커피와 꿀을 들고 오신 분들,

나눔잔치가 벌어지고 우리는 맛있게 나눠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어느 날은 서로 한 식구처럼 친해질 즈음, 챠도르를 쓴 부인이 조심스레 물으시더군요.

샤이르 박은 땅이 얼마나 되는지요? 밀과 양파와 토마토를 얼마나 수확하는 지요?”

쿠리아는 땅 값이 비싸고 전 모아놓은 돈이 없어 땅이 없답니다

그럼 나무는요? 올리브 나무나 종려나무나 오렌지 나무를 몇 그루나 갖고 계신지요?”

전 한 그루의 과실수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럼 양을 몇 마리나 갖고 계시나요?”

 

주민들은 점점 묻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얼굴은 울상이 됩니다.  

그럼 낙타는 몇 마리나 갖고 있나요?”

한 마리도 없습니다

 

젊은 남자가 나섭니다.

쿠리아는 낙타 대신 자동차를 타지요, 자동차는 몇 대쯤 갖고 있나요

전 자동차도 없습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그 집 움미(어머니)가 묻습니다.

샤이르 박은 아들과 딸은 몇 명쯤 두고 있나요?”

나는 풀이 죽고 정말로 슬퍼지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아들도 딸도 없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 , ! (안돼, 안돼, 이럴수가!)”

슬픔에 찬 탄식들이 울려 퍼집니다.

, 불쌍한 샤이르(시인) ! 우리가 어떻게 해야 샤이르 박을…”

 

그곳 주민들이 보시기에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안됐고 힘 없는 불쌍한 사람,

! 샤이르 박이 되어 버렸습니다. (웃음)

 

그런데 흙벽에 기대어 조용히 나르질라(물담배)를 피고 있던 마을 원로께서

한마디로갈라쉬’(정리) 하시며 제 체면을 세워주시더군요.

 

샤이르 박이 아무 것도 갖고 있지 못하는 건 참 안됐지만그는 모든 것을 갖고 있소.

샤이르는 자신의 발바닥으로 걷는 모든 대지를 갖게 되어있는 자이고,

그가 기대 앉아 쉬고 말을 거는 모든 나무와 꽃밭이 그의 것이고,

샤이를 마시고 누운 곳이 곧 그의 집이고, 샤이르가 쓰다듬고 안아주는 모든 아이들이 그의 아들 딸이고,

샤이르의 시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모든 여인이 그의 여자인 법이지.

샤이르 박의 시와 사랑과 모든 소유물은 낙타처럼 그의 발바닥에 들어있지.

영혼이 깃든 샤이르의 발바닥에…”

 

그 순간, 저는 제 인생의 숙제를 받았습니다.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쿠르디스탄, 아체, 아프리카

그 곳으로 저는 수차례 달려갔고, 떠나오면 언제 오냐고 울부짖는 소리가 전해옵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많은 시간을 현장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추운 겨울날 폐허더미에서 내복도 난방도 빵도 없이 떨다가 얼어 죽고

총에 맞아 죽어가고, 벽돌더미에 깔려 죽어가는 그 수많은 아이들.

저는 분쟁현장에서 아이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아이들에게 꼭 물어봅니다.  

삶이 뭐라고 생각하니?

죽지 않고 사는 거요. 죽지 않고…”

 

헤어질 때면 아이들과 새끼 손가락을 걸고 굳은 약속을 합니다.

아스마, 무함마드, 너 정말 죽지 말고 다치지 말고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

샤이르 박, 꼭 다시 올거죠. 저도 울지 않고 동생들 잘 챙기면서 꼭 살아있을께요.”

 

제가 첫 번째로 여는 이번 중동 사진전은

그 아이들과 제 생을 건 약속이 담겨있고

제 비원의 기도가 담겨있습니다

 

10여 년의 평화활동이 담긴 이번 <라 광야>전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책 한 권만큼의 사연이 담겨 있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그 나머지 사연들은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해 뜨는 광야의 아침으로 함께 떠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음악영상] 라 광야展 영상도록! 다운받아가세요~ (9) 라 광야 01-18 17764
공지 <라 광야>展에 와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라 광야 02-12 10712
공지 [작가와의 대화 4] 지금바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희망… (3) 라 광야 01-27 16923
공지 [작가와의 대화 3]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라 광야 01-25 16950
공지 [작가와의 대화 1] 지구시대, '자기 존재의 발 밑을 돌아보… (1) 라 광야 01-16 17075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3] "진리를 알려고 하는가, 진리를 살려고 하… (1) 라 광야 01-28 18841
공지 [작가와의 대화 2] "영혼이 부르는 대로 가다 보니 그 현장이 저… 라 광야 08-03 12022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2]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닙니다 라 광야 01-25 16925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1] 어떻게 사람의 심장이 둘로 나뉘어질 수 있… 라 광야 01-21 18049
29 오 마이 뉴스 - 어둠에서 읽혀지는 빛의 소리 박노해 사진전 이영미 01-08 2271
28 [축사_사진가 강운구] 시인의 사진, 펜이라는 무기와 사진이라는… 라 광야 01-08 2832
27 안녕하세요~ 사진전처음가보는데 (1) 사진 01-08 1838
26 왜 '라 광야'인가요? 라 광야 01-07 2244
25 도록 구입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1) 난나나 01-07 1923
24 박노해 첫 사진전을 시작하며..시인이 전하는 편지 라 광야 01-07 1979
23 라 광야 사진전, <갤러리 M> 쉽게 찾아가려면? 라 광야 01-06 7515
22 내일 오픈식은 몇시에 있나요? (1) Hyun 01-06 1862
21 [펌] 내 마음에 들어선 이 사진.. 재두루미 01-06 2023
20 [함께가요] 스무살, ‘우리의’ 시작은 국경을 넘는다 (2) 대학생나눔… 01-06 2792
19 2003년 이라크 전쟁터로간 박노해 시인 박주영 01-06 2172
18 혹, 부산에서도 뵐 수 있나요? (1) 부산사람 01-06 1876
17 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일까요? 레디카 01-05 1941
16 전시장내 사진 촬영도 가능한가요? (1) 오정수 01-04 3237
15 [이야기가 있는 사진 ver.4] 걷는 독서 라 광야 01-04 257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