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축사_사진가 강운구] 시인의 사진, 펜이라는 무기와 사진이라는 도구로..
 글쓴이 : 라 광야
작성일 : 10-01-08 12:30 조회 : 2,831  


"30년 동안 우리 삶과 이야기의 모습 그대로를 필름에 탁본해온 한국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
박노해 시인의 첫 사진전 <라 광야> 오프닝에 참석한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의 축사를 전합니다.


먼저 축하합니다.
10년 만에 사진전을 연다는 것 참으로 다행인 것 같고
10년 전에 나왔으면 여러 사람 밥줄 떨어졌을 거에요. 저도 포함되구요^^

나가실 때 작품집 사가지고 꼼꼼하게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시인의 생각 등 모든 것이 치밀하게 들어간 책입니다.
저도 정독을 했습니다. 도록에서 한마디 인용하자면
박시인이 카메라를 도구라고 아주 완곡하게 썼습니다.
왕년에 노동의 새벽을 썼을 때는 ‘펜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이렇게 썼었는데 말이죠.

도구도 쓰기에 따라서 다른데 박시인은 펜이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가장 잘 알 겁니다.
그걸 증명하는 바가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집이지요.
그에 비하면 카메라라는 도구는 펜에 비하면 힘이 조금 약합니다.
그러나 펜과 카메라가 합쳐져서 둘이 상승을 하면 2배가 아니라 10배 20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시인은 글로도 시를 쓰고 빛으로도 시를 써서 시로 범벅을 해 놨는데^^
사실은 시뿐만 아니라 대단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내포돼 있습니다.

제가 사진하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이 시대에는 디지털화가 되면서, 많은 사진작가들이
자기는 떠나는 줄도 모르면서 사진계를 떠나고 있습니다.
예술한다는 명목으로 자기가 사진을 떠나는 줄도 모르고 떠나는 겁니다.
사진의 기록성, 재현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예술한다는 명목 하나로
자기가 모시고 있던 '사진'이라는 것을 배반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반한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사진에서 떠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박시인은 아주 똑바른 정통사진을 들고 사진계로 들어왔습니다.
이번이 첫 사진전이라고 하는데, 박시인은 그 이전에도 사진을 냈었습니다.
예전에 아체와 레바논에 갔다 온 책 두 권을 내셨었는데,
이런 전시 이전에 책으로 보도사진가, 다큐사진가로서 데뷔한지가 몇년 됐습니다.
아마도 이 자리는 여러분과 더 많이 나누기 위해서 마련한 것 같습니다.

시인은 사진을 똑바로 들고 사진계로 들어오셨습니다.
물론 '사진작가'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듯^^
한번 사진가도 영원한 사진가고, 시인도 영원한 시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에게 하나의 타이틀만을 고집하려 하는데,
박노해 시인은 시인, 평화운동가, 사진가라는 직함이 있습니다.

이 세 개가 다 다른 게 아니고 박노해라는 인간 안에서
이 세가지가 용해되고 뒤섞여서 다시 새로운 한 가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 가닥을 합해 녹여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박노해 시인의 작업을
계속해서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별로 박시인이 초청을 안 했는데
사진하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많이 보시고
저처럼 밥줄 떨어지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길 바랍니다^^
좌우지간에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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