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작가와의 대화 후기] 중동의 아픔을 담은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글쓴이 : 해를그리며
작성일 : 10-01-19 15:40 조회 : 2,262  
1월 7일부터 1월 28일까지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M에서 박노해 시인이 사진전
<라 광야>를 열고 있다.

『노동의 새벽』으로 알려진 박노해 시인,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결성하고 그로
인해 구속되어 사형선고까지 받은 그가 ‘언제 사진을 찍었어?’라며 의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박노해 시인은 1991년 구속되어 1998년까지 7년 5개월의 감옥생활을 하고 특별사면조치로
석방되어 2000년 ‘생명·평화·나눔’을 기치로 내건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http://www.nanum.com/)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한국 내는 물론 세계의
빈곤지역과 분쟁현장을 돌며 글로벌 평화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 선언 직후 박노해 시인은 전쟁터로 날아가 반전 평화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박노해 시인은 중동 분쟁현장에서 삶의 존엄과 계속되는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자
10년에 걸쳐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쿠르디스탄, 아체, 아프리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

시리아 정부는 쿠르드족에게 전통 복장과 모국어 사용을 금지하였다. 한밤 중, 번득이는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흐린 불빛 속에 벌어진 쿠르드 아이들의 전통 공연.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해 감춰둔 전통 복장을 꺼내 입고 금지된 모국어로 노래하고 춤추는 시리아 사막의 무릎
꺾인 어린 아이들. 저 아이들의 꿈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자신들의 전통 춤을
공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해를 두고 저곳을 찾아가면 저 중에는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불빛이 두려운 쿠르디시탄의 밤

알 까미슬리에서는 밤의 불빛이 두렵다. 어둠이 내리면 집집마다 문 앞에 환한 전깃불이
강제로 켜진다. 쿠르드 해방운동에 대한 철저한 감시 통제 시스템이다. 알 까미슬리에는
막대한 석유자원이 묻혀 있고 중동에서 석유보다 더 귀한 수자원이 흐르고 있다.

귀향을 꿈꾸는 쿠르드 난민가정

이스탄불 외곽의 쿠르드 난민가. 바시르 이르한네 집. 예전에 바시르 이르한의 집은
부유한 편이었다. 1992년 터키 군인들은 쿠르드인의 집들을 방화하여 400만명의 난민을
만들었다. 터키 군인들은 마르딘에 살던 이 가족의 집을 불 태우고 부모를 묶어 끌고 간 뒤
아이들을 불 속에 집어 던졌다. 8개월 된 아이는 불 타 죽고, 2살 된 아이는 홀로 기어
나왔지만 한 쪽 팔과 가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장남은 정신이상이 되었고, 가장은 고문을
당해 반 실명 상태이다. 고향 땅에서 추방돼 이스탄불 빈민가에 내던져진 이 아홉 식구는
전기도 없는 차가운 단칸방에서 귀향과 해방을 꿈꾸며 산다.

이스라엘군의 체크 포인트

분리장벽으로 고립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할 때면 긴 줄로 세워진
이스라엘군의 체크 포인트에서 치욕적인 검문을 받는다. 체크 포인트는 저녁 9시면 통행불가
다. 아픈 아이를 품에 안고 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해도 이스라엘 군인들은 차가운
총구만 들이댄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체크 포인트 앞에서 인생의 1/3을 보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말한다. “내 나라 내 땅에서, 나는 날마다 걸어 다니는 수인입니다.”

죽은 아빠의 사진 앞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촌 아인 알 할웨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가난과 절망과 전쟁의 공포를
공기처럼 마시며 자란다. 오늘은 새해 첫 날,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 처음으로 무장저항에 나섰던 날, 「혁명시작 기념일」이다. 아이들의 등 뒤에는
죽은 자들이 있고 아이들의 앞길에는 총구만이 있다.

17일 전시회장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대화 시간 중 짧게 메모한 것들을
옮겨본다.

왜 사진을 찍게 되었나?
-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언어로 쓰여지는 시는 국경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느끼고 국제화시대에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전시작품 선정은 어떻게 했나?
- 총 4만여 컷의 사진 중 37점을 골라냈다. 세계 유명작가나 연예인 등의 유명인이 분쟁지역
의 어린아이 사진을 찍어 구호활동에 이용한다. 그것은 아이를 수단으로 이용해서 연민으로
자선하도록 하는 눈물짜내기 작업이다. 나는 그런 행위를 혐오한다. 사진들 중에 아이들
사진이나 자극적인 사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진들은 전시에서 배제 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분쟁지역의 민중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선정을 했다.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이신 갤러리M의 이기명 관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사진을 찍으면서 힘든 점은?
- 시인이 시를 쓰다가 책상에서 죽을 일은 없다. 하지만 분쟁 지역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지뢰가 곳곳에 깔려있고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알 수 없는 폐허의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 죽음의 고비를 넘게 하는 것은 가난하고 힘 없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자도 두려워하는 것이 카메라기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그곳으로 가게 된다.

이라크민중의 분위기는 어떤가?
- 이라크민중은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것이 현실이지만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는
늠름함이 있다. 그들은 세 번 네 번 폭격하면 네 번 다섯 번 벽을 쌓고 나무를 심을 것이라는
의연함이 있다.

흑백사진을 찍는 이유?
-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에는 단순성, 관계성, 심층성이 있다.
삶의 뿌리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것이 좋다. 현란한 색이 눈을 어지럽게 하지
않을 때 관계가 명확하고 분명하게 보인다. 색깔론에 너무 시달려서 색깔이 싫은 것은 아니다.

국내의 문제보다 국제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
-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일까지 150일 남았을 때다.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만약에 더
살게 된다면 국경을 넘어 세계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직함이 하나 있다, 나눔문화의 빈민 지역 아이들의
문화체험 학교인 <나누는 학교>의 교장을 7년 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빈민아이 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세 가지다. 그것은 농사짓기, 글로벌 평화나눔교육
그리고 독서다.

삶을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 삶은 발바닥이 인생을 바꾼다.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런 사랑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발이 가면 가슴과 머리도
바뀐다. 그 발길 따라 ‘관계’도 ‘운명’도 달라지게 된다.
이웃의 고통을 품고 사는 이의 가슴은 평온하지만 자신의 고통을 품고 사는 이의 가슴에는
폭풍이 분다. 물질로 불편한 것은 금장 적응이 된다. 하지만 마음과 영혼이 불편한 것은
적응이 안 된다. 마음이 불편하면 사람 관계가 나빠지고, 더욱 적응할 수 없게 된다.
마음을 편안히 하면 세상과 화해가 된다.

분쟁지역에 또 갈거냐?
-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때에는 온 몸에 생긴 상처와 피곤함에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진다.
다시는 안 가고 싶은데 몸이 회복되면 마음이 또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인샬라 - 하느님 뜻대로’

지금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냐?
- 시인은 이슬을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아프간 파병 사병 1명에 한달 예산이 1억원이다.
그런데 평화 연대활동을 하는 단체에 지원은 없다. 옛날에는 안기부가 무섭더니 지금은
돈이 무섭다.

전시회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과 삶에 대해 나누었다는 박노해 시인의 이야기가
귓가를 맴돈다.

이 추운 겨울날 폐허더미에서 내복도 난방도 빵도 없이 떨다가 얼어 죽고 총에 맞아
죽어가고, 벽돌더미에 깔려 죽어가는 그 수많은 아이들. 나는 분쟁현장에서 아이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꼭 물어본다.
삶이 뭐라고 생각하니?
“죽지 않고 사는 거요. 죽지 않고…”
헤어질 때면 아이들과 새끼 손가락을 걸고 굳은 약속을 합니다.
아스마, 무함마드, 너 정말 죽지 말고 다치지 말고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
“샤이르 박, 꼭 다시 올 거죠. 저도 울지 않고 동생들 잘 챙기면서 꼭 살아 있을께요.”



출처: http://blog.ohmynews.com/heliophoto/258266 
<태양 아래 사람이 머무는 풍경> 해를그리며 님이 쓰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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