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작가와의 대화 1] 지구시대, '자기 존재의 발 밑을 돌아보라'
 글쓴이 : 라 광야
작성일 : 10-01-16 06:39 조회 : 13,907  



라 광야의 뜨거웠던 금요일!
조기에 마감되었던 박노해 작가와의 대화 시간은
추운 날씨가 무색해질 정도로
반가운 사람들의 체온과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가슴 속에 담아온 질문이 하나 둘 씩 꺼내어지고,
밤 10시가 다 되어야 작가에 대한 질문시간을 마쳤는데요.
그 이후 박노해 시인의 작품설명까지 이어지는 동안
유난히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대화 시간에 나왔던 질문들 중 일부를 추려 올려봅니다.
대화 전문은 곧 정리되는 대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제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라 광야 <작가와의 대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뵙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청년같이 젊으십니까?

청년이라는 것이 뭘까요.

그것은 열정, 첫마음, 도전, 그리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이 아무리 첫마음이 좋고 순수한 이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의 머리는 교활해서 생각은 순식간에 변하고,

가슴은 변덕이 심해서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발바닥의 사랑은 신뢰합니다.

언제나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내 발이 가는 곳이 내 영혼이 가는 곳입니다.

발이 가면 가슴도 영혼도 눈도 손도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발길따라관계운명도 달라지게 되죠. 


우리는
자신의 영혼이 부르는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합니다. 

만약 하늘이 있다면, 하늘은 우리 삶의 최종 평가를

<어디 너의 발바닥 지도를 좀 보자꾸나>할 것입니다.

얼마나 가난하고 고통 받는 작은 사람들의 현장에 가 있었는가,

얼마나 흙을 밟으며 노동을 했는가,

자신이 먹고 쓰고 입는 것을 얼마나 스스로 생산하고 나누었는가,

얼마나 좋은 벗들이 있는 곳을 향해 내 발걸음을 떼었는가.

 

그래서 오늘, 이 먼 라 광야까지 오신 여러분께는
하늘의 축복이 깃들 것 같습니다. (웃음) 



 


 

한국에도 어렵고 고통 받는 분들이 많은데,
외국으로까지 가시는 이유가 뭔가요?

 

10년 전에 제가 처음으로 국경 너머 분쟁 현장으로 가기 시작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저에게 하셨던 질문이네요.

 

지금 세계는 글로벌 시대, 지구시대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78%정도가 수출 경제이고,

지금 우리가 먹고 쓰고 입는 모든 생활물자는

최소 50여개 국의 노동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세계경제 구조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죠.


67억 인류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 최상층에 속합니다.

한정된 지구자원과 세계화한 경제구조 속에서

누군가의 풍요는 다른 누군가의 궁핍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는 우리에게자기 존재의 발 밑을 돌아보라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시대에 성숙한 인간성은 이제 국경 너머에서만 가능합니다.

자기 가족,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날 때부터 타고 나지만,

다른 사람, 국경 너머 공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나누는 능력은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먼저 실행을 해야 합니다.

과거 한국이 아주 가난하던 시절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룰 때도

국경너머 사람들의 지원과 도움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이제 한국인은 경제성장민주화를 동시 성취한 자부심을

새로운 책임의식으로 전환하여 인류 앞에 서야 한다는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가난과 분쟁에 울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넘어서 온 과거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 미래의 거울입니다.
자신이 성공했다고,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해서,

이제 그들의 모습은 내가 극복한 과거라고 하는 자의 앞길에는

하늘이 있다면 성공의 복수를 예비해두실 것입니다.

이 세계에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입니다.

히말라야 산봉 하나가 생기기 위해서는 수많은 산맥이 필요하듯이,

모두가 자신이 잘난 줄 알지만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한국 사회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권력이 하나 있는데요,

나눔문화의 빈민 지역 아이들의 문화체험 학교인

<나누는 학교>의 교장을 7년 째 장기 집권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 아이들이 치유되기까지 저는 딱 두 가지만 했습니다.

한 가지는 농사 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평화나눔 교육을 시켰습니다.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가난하다고 주눅 들어있던 아이들이 

이런 친구들도 있구나, 내가 도와주어야겠다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길거리에서 나눔 고구마를 팔더라구요.

그 수익금은 모두 레바논의 최대 팔레스타인 난민촌
아인 알 할웨에 세운
<자이투나 나눔문화 학교>에 보내졌습니다 

올해는 <나누는 학교> 7년 만에 첫 번째 졸업생이 나왔는데,
이 아이가 회원가입을 하더라고요.

저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제가 받은 사랑을 이제 나누겠다고요.

비록 이 아이들의 학교 성적은 남을 받쳐주는 피라미드 밑돌이지만,

이렇게 성숙한 마음과 스스로 행복하고 자립할 줄 아는 능력을 볼 때마다

저는 교장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런 성숙한 모습이
우리 한국사회에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타협하고 싶고 편안해지고 싶을 때도 있으셨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시는 건가요?


사람은 마음이 편해야지요.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과 지위를 얻고 성공해도,

마음이 편치않고 행복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요.

그리고 물질이 가난해지는 것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0평 아파트에 살다가 20평 아파트로 가면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어떻게든 적응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입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적응할 수 있나요?

마음이 불편하면 사람 관계가 나빠지고,
더욱 적응할 수 없게 되지요.

 

그럼 난 여기에서 영혼과 간과 쓸개를 다 빼놓고,

돈벌이만 하겠어 하면 그것이 바로 소외된 노동이죠.

삶은 노동입니다. 자신의 노동에서 영혼이 빠져나가고

노동에서 흙과 자연이 멀어져 가고

노동에서 사회적 인정과 결속이 사라질 때,

우리는 좋은 삶의 기본에서 멀어지는 것이죠.

 

삶은 유보되지 않습니다.

삶은 신성하고 소중하며,
삶의 목적은 삶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바로 행복해야 합니다.

제가 70년대부터 노동자로 일을 했는데,
때부터 천 달러만 되면, 5천 달러만 되면, 1만 달러, 3만 달러
숫자는 계속 올라갔지만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벌고 성공할 때까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스펙을 쌓을 때까지 달려가다보면
젊음은 모두 다 가버리지요.


여러분이 만나신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정말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 분들은 늘 분쟁의 긴장에서 살지만

저 엄청난 죽음과 긴장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저분들의 가난은 함께 하는 따뜻한 가난이고,

저분들의 슬픔은 함께 나누는 슬픔이기 때문에

저런 인간적 위엄과 기품을 간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삶은 유보되지 않습니다.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 하나를 반드시 이루어서 모든 것을 보상받겠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보니 그건 이루어질 수 없고 불행해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행복하십시오.

 

 

흑백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집에 TV도 두지 않고, 컴퓨터도 쓰지 않고,

하루에 15시간씩 만년필로 구태여 글을 쓰며,  

낡은 수동 필름 카메라를 쓰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 가지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

오늘날의 과학기술과 패션 미학은 1970년대 정도에
이미 정점에 도달한 것들이라는 거죠.   

샤넬이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옷과 같은 심플한 디자인을 만들어 낸후, 

패션과 헤어 스타일은 유행 따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꿀 뿐이죠.  
자동차도 발명된지 오래된 것 같지만 교통사고는 여전히 많이 나고,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차가 움직이도록 발명도 하지 못합니다. 

더 이상 기술이 크게 업그레이드 되지 않고 디자인만 바꾸는 거죠.

 

저는 제가 바꿀 수 없는 한계는 기꺼이 받아 들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 편리해지면 제 인간적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건강한 다리를 가진 사람이 첨단 목발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어떤 사람이 집 안에 수억 원의 목발을 갖고 있다면,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발이 성하지 않은 것이죠. 

그 기술적 한계, 주어진 한계, 즉 흑과 백이라는
가장 단순한 한계 속에서,
그 미묘한 톤의 차이 속에서

사물과 대상과 영혼과 대화를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몸부림과 고투에서

제 창조력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인간적 자존심이 생생하게 뛰고있음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저처럼 원시인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웃음)

기술이나 물질은 이만하면 되었다고,

적정한 선의 진보를 취하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내가 미처 쓰지 못하고 있는 인간적 능력을
꺼내 쓰는 것이 필요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물건을 구입할 때 세 가지를 봅니다.

단단할 것, 단순할 것, 단아할 것.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손 때가 묻고
다룰수록 멋스러워 대체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제가 디지털 카메라를 썼다면, 3개월에 한 번씩 카메라를 바꾸어야겠지요?

그렇게 카메라를 바꾸는 열정을 차라리

사진의 대상을 더 사랑하고, 시대를 사유하고 실천하는 쪽에

나누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동운동가, 시인, 사회운동가, 평화운동가 라는 이름들 중에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으신가요? 

저는 늘 그래왔듯이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시인이 되기위해 시를 쓴 것이 아니고, 사진작가가 되기위해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닙니다.

현장에서 너무 절실하고 너무 필요하니까 시를 쓰고 카메라를 들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무엇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 하나로 어떤 우주의 고유성을 정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장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직업으로 불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잠재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스펙을 쌓지 마시고 체험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가장 훌륭한 계획자는 하늘입니다.

부처님이고, 예수님이고, 브라흐만이고 알라이십니다.
올해는 제가 마늘과 파를 무지 열심히 심었는데,

눈이 많이 오지 않던 동네에 폭설이 내리고 말았습니다.

농사꾼이 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세우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봤자,

하늘이 한번 쓸어버리면 다 소용 없는 것이죠.

그리고 거기에 순명할 줄 아는 것이 대지의 농사꾼입니다.

 

제가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속을 털어놓고 얘기하다보면

인간이라는 것이 저마다 상처가 있구나,  

자기가 상처 받는 지점이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구나.

그런데 상처를 감추려고 애를 쓰는구나,

그럼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구나,

오히려 상처를 들여다보고 직시하면서 상처의 문을 통해서

세상의 아픈, 그런 상처를 만든 사회구조악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길로 나갈 때

상처는 치유되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저에게 누군가 왜 사진을 했냐고 물어보셨는데요,

절실하고 필요하니까, 그리고 사랑을 나눌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매번 불사르며 가는 것이 최고의 계획입니다.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버립시다.

그럼 가장 위대한 사랑이 우리를

진정한 내 자신에게 데려다 줄 것입니다.



[작가와의 대화2] "영혼이 부르는 대로 가다 보니 그 현장이 저를 바꾸었습니다"


박재현 10-01-2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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