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후기] 박노해 시인 사진전 '라 광야'에 다녀오다
 글쓴이 : 이용훈
작성일 : 10-01-24 20:22 조회 : 3,739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라 광야>를 보러 갔다.

더 머뭇거려서는 28일 그냥 끝나 버릴 것 같아서, 주말, 조금은 날이 풀렸다는 소식에

옷 차람 좀 가볍게 하고 집을 나섰다.

전시장인 '갤러리 M'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주말 오후 충무로 분위기가 왠지 허전했다.

 

이번 사진 전시는 그냥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다.

하긴 쉽게 전시장을 찾지 못했던 것도 마음으로, 눈물로 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야 한다.

역시 크지 않은 전시장, 많지 않은 사진인데도 쉽게 눈길을 줄 수가 없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이 담은 이야기가 너무 아프다.

글쎄, 이건 내 생각일 뿐은 아니겠지.

"내 나이는 105살, 내 기억은 5천년이야"라고 말하는 5천105살 할머니 사진 앞에서

나는 망연하다.

우리가 제법 잘 살고 있다고, 제법 문명사회라고 하면서도,

정작 너무도 쉽게, 너무도 빠르게 버린 인간에 대한 예의와 배려에 대한 기억.

우리도 '신은 위대하시다'고 하면서도 우리에게 정말 신이 있을까?

자기 몸을 던져 인간을 구원하신 신이 정말 우리 가운데 있기나 한 것일까?

 

전시장에 온 박노해 시인과 인사를 나누다.

도록에 사인을 받았다.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여쭈었지만,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라 광야의 / 올리브 나무처럼 / 강인한 사랑으로!'라고 적어 주셨다.

이제 50여 세월 살아온 나에게 500년, 1,000면 세월을 예비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에게 그런 올리브 나무처럼 강인한 사랑으로

이 땅에서, 우리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것 같으니,

나약한 일상도 벅찬데, 부끄럽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지금 그 광야에서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박 시인은 그들 곁에 있는 것으로 함께 했는데, 나는 여기서 그저

박 시인이 찍은 사진을 보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전시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부끄러움을 좀 감추고...

 

광야 사람들은 늘 손님을 환대하기를 즐겨하고, 그 때에는 샤이라는 차를 대접한다고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나눔문화 식구들이 따듯한 샤이를 건낸다.

박 시인은 사진을 찍어 온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온 것 같다.

사진 속 그들이 건네는 것 같아 더 따스했지만, 쉽게 받아들기 어려웠다.

그래도 나중에 또 한 잔을 청했다.

두 잔을 마시면 친구가 되고, 세 잔을 마시면 가족이 된다고 한다.

난 오늘 두 잔을 마셨다. 아직 남은 한 잔은 마음에 담아 둔다.

 

전시장을 나서서 하늘을 본다.

아, 건너편 높다란 교회도 보이고

분주한 사람들 삶이 가득한 길거리도 보인다.

그 속에서 '라 광야'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넌 정말 이 지구 위에서 사람인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사람인가? 하고...

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차들이 더 분주한 길에서 몸을 움추리고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잠시... 머뭇거리고.

 

'라 광야' 홈페이지에 가면 여러 글들이 올려져 있다.

다들 전시를 보고 한 두 개씩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 같다.

얼마 전 대학생들과 박 시인과의 대화 시간 이야기도 올려져 있는데

그 중 한 구절을 옮겨 적는 것으로 전시회를 다녀온 내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나도 자주 "조고각하 照顧脚下"를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은 사실 남에게 할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할 말이다.

지금도 그렇다.

 

"절에 가면 <조고각하 照顧脚下> 라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그 말은 ‘너의 발 밑을 돌아보라’,
그대가 먹고 쓰고 꿈꾸고 생활하는 물질적 기반을 돌아보라,
네 존재의 밑바닥을 돌아보라는 말입니다.
심오한 뜻 같지만 본래는 신발 정리 잘 하쇼, 그런 말이죠^^"


 

* '라 광야' 홈페이지 바로가기

 

* 추신: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환대해 주는 나눔문화 분들에게 감사.

          나도 나눔문화 회원이지만, 내 놓고 할 정도도 아닌데,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니 고마울 뿐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음악영상] 라 광야展 영상도록! 다운받아가세요~ (9) 라 광야 01-18 38256
공지 <라 광야>展에 와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라 광야 02-12 27960
공지 [작가와의 대화 4] 지금바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희망… (3) 라 광야 01-27 37310
공지 [작가와의 대화 3]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라 광야 01-25 37479
공지 [작가와의 대화 1] 지구시대, '자기 존재의 발 밑을 돌아보… (1) 라 광야 01-16 34370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3] "진리를 알려고 하는가, 진리를 살려고 하… (1) 라 광야 01-28 35837
공지 [작가와의 대화 2] "영혼이 부르는 대로 가다 보니 그 현장이 저… 라 광야 08-03 29534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2]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닙니다 라 광야 01-25 34447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1] 어떻게 사람의 심장이 둘로 나뉘어질 수 있… 라 광야 01-21 35209
104 [후기] 흑백 사진 속에 전쟁의 아픔과 상처.. 별이 01-25 3695
103 [후기]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유니나 01-25 4014
102 [대학생과의 대화 2]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닙니다 라 광야 01-25 34447
101 사진전의 관람후기 유재완 01-25 3310
100 [후기] 무력한 시민의 무력한 사랑. 밝달 01-25 3612
99 [후기] 박노해 시인 사진전 '라 광야'에 다녀오다 이용훈 01-24 3740
98 [라광야] 작가와의 대화 예약,,, (1) 나무와바람 01-24 3499
97 내 마음 속 한 귀퉁이에 얹혀 있던, 어떻게 할 수 없던 마음을 … 박준일 01-23 3511
96 사진전 마지막날, 1월 28일은 오후 3시까지만 관람 가능합니다. 라 광야 01-22 3951
95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억압과 통제만이 존재하는 분쟁 … 오준상 01-22 4525
94 [후기]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노마드 01-22 4074
93 전시 소개가 아니라 '라 광야' 소개 입니다^^ 오프러브 01-22 3656
92 [후기] 박노해 시인의 팜플렛을 읽고 다시 방문한 라 광야.. 꼼장 01-22 6234
91 포장마차 아저씨와 박노해 시인 태양다미 01-22 3848
90 [후기] 노동운동가이자 시인인 박노해. 사진가로 변신하다. (1) 썬도그 01-21 4353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