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후기] 시인의 영혼과 함께 광야를 걷다[1월 25일 라 광야(Ra Wilderness)展]에서
 글쓴이 : 이명옥
작성일 : 10-01-26 22:05 조회 : 4,055  

시인의 영혼과 함께 광야를 걷다.

 




2009년, 2010년 내겐 최상의 것들과 최악의 것들이 한 번에 밀려들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노동자인 나는 수년 간 순전히 생계를 목적으로 하루 2시간 이상 지하철 역에서 무가지 신문을 배포했다. 그 수년간  몸과 마음이 참 많이도 망가졌다. 몸은 겨울만 되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발이 따뜻한 곳에 들어오면 간지러운 증상이 이어졌고 배와 허리가 차가워 늘 복부 비만 증세가 사라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씹어대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입에도 대지 않던 자판기 커피를 하루에도 서너 잔씩 마셔댔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긍심마저 서서히 무너져 내리며 난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고 난 사각지대  빈민으로  늘 생존을  붙들고 허덕였다. 그 기나긴 시간 나를 버티게 만든 것은 문화적 허영심이었다. 나와는 맞지 않는 이들의 삶을 엿보며 그들 곁을 기웃거리는 방법으로 택한 품팔이는 다양했다. 책을 읽기 위해서 서평을, 영화나 연극 시사회를 보기 위해서는 이벤트를 기웃거렸고, 나눔을 실천하지 못해 마음에 짐으로 남는 곳은 빈손이나마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어 머리수를 보태주거나 그 곳의 소식을 인터넷 신문에 기사로 올리거나 드나드는 카페와 블로그에 퍼 나르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자 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가 처한 환경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다.

 

이명옥의 문화광장


[이명옥의 문화광장]
매주 일요일 밤 6시 ~ 9시


-이번 주에 함께할 책-

 
Image and video hosting by TinyPic

 

아직 모든 게 끝나지 않았을...

아니 다시 시작해야 할 그 길인 용산참사.

두 책을 통해

용산참사 뒤에 가려진

아픔들을 함께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에 함께 해주신 분 중 추첨을 통해

이번에 소개되는 파란집, 내가 살던  용산, 책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http://www.radio21.tv/
 


<내가 살던 용산>과 <파란집>을 읽은 후로는 용산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온다. 곧 내게 닥칠 일이란 동병상련의 마음 탓일까. 용산을 자주 다녀가는 많은 이들이 용산은 참변을 당한 참사현장이 아니라 공권력이 불러 온 분명한 학살의 현장이며 신자본주와 물신주의에 매몰된 대한민국 현 주소를 드러낸 뼈아픈 진실의 현장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많은 우리 이웃들은 용산을 그들의 눈과 가슴에서 밀쳐내고 기억에서 지워가고 있다. 나는 부끄럽지만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을 보는 일보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절망하고 슬퍼했다. 현재 나는 4식구의 가장이며 실직자다. 자기 설음에 운다고 사회 변방, 사각지대에 놓인 자, 사회에서 잊혀 진 자로 내가 지닌 자기 연민이 크기 때문에 난 시도 때도 없이  자꾸만 눈물이 난다.

 


아마 그 이유였을게다. 내가 <라 광야> 전에서 박노해 시인을 만났을 때 한없이 따뜻한 눈길에 마치 오랜 지인을 만나 투정을 부리듯 그간의 아픔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인 것은...

  그이는 나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며 이렇게 말했다.

 “선한 뜻으로 한일이니 상처 받을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없다.” 그리고 또 무슨 말을 했던가

... 내 생각에 사로잡혀 그이가 한 말들을 머리에 담지 못했지만 그이가 건넨 미소와 눈길
두 손으로 꼬옥 감싸 쥐어 주던 손길은  한없이 깊고 따스해 오래 온기로 남았다.
 
그이와의 대화 시간까지는 두어 시간이 남아 있어 나는 갤러리 한 구석에 앉아 <살람 야 중동>을 읽었고, <라 광야> 도록을 섭렵했으며, 다니엘 바렌보임의 <라말라 콘서트>와 영화 <레몬 트리>에서 보았던 철조망이 쳐지고 거대한 분리 장벽, 천년의 삶의 뿌리를 잘라버린 올리브 나무 그루터기, 고향에서 쫒겨나 광야 길을 울며 걷는 팔레스틴 여인의 어깨에 걸린 삶의 무게와 슬픔에 내 자신의 삶의 무게와 슬픔을 얹으며 긴 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임화님이 쓴 <한국 여성사 편지>를 읽으며 100 년 여성의 고단한 삶의 흔적을 더듬고 있는데 그이는 “불편해서 어떻게 하느냐?”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는 안다. 타인을 관심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따스한 가슴을 지닌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몸짓이라는 것을.

그이의 따스한 눈길 때문이었나 보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보다 훨씬 절망적인 상황인 사진 속의 그이들이 놓지 않고 있는 희망과 저항 삶의 끈, 그 힘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물으며 또 한번 눈물을 쏟고야 말았던 이유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월 25일  오후 7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 중] 

용산이나 촛불 같은 현장에서 너무 슬프고 아팠습니다.

또 가끔은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요,

사진 속의 중동 사람들은 어떠한 힘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힘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초록색은 나의 질문이다)

"제가 석방되고 나서 유명해지고여기저기에서 정치하라고 찔러오고 했지만

그렇게 살수는 없었습니다.그렇다고 10년 동안 사회에서 침묵하면서 한국사회 문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10년 동안 곳곳에서 저와 함께하는 나눔 문화가 열심히 뛰었습니다.우리 사회의 저항에는 뿌리가 사라져 버렸습니다.우리의 노동에는 위엄이 사라져버렸습니다.그 이유는 대지에서 뿌리 뽑혔기 때문입니다.화폐가 되고 상품이 된 저항, 지구마을 전체와의 연대와 나눔이 사라진 저항은 돌아갈 자리가 없습니다. 돌아갈 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남은 희망이 없습니다.결국 보상으로, 돈으로 해결됩니다. 돈으로 타결되는 운동은 힘이 없습니다.희망의 저항은 대지와 자기 영혼에 뿌리박아야 합니다. 돌아갈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해고를 당해도 농사를 짓고, 몸을 회복하고 재기 할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싸우다 절망할 때, 훨씬 더 고통스러워 할 그들을 보며자신을 돌아볼 희망의 전위가 있어야 합니다.일제시대 손발이 동상으로 얼어 떨어져 나가면서도

독립운동을 했던 그 분들이 있었기에그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중동 사람들은 하루 다섯 번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합니다.

제 동생이 수녀인데, '삼종기도'하는 것보다 두번 많죠^^

서로 싸우다가도 기도시간이 되면 일단 멈추고 기도합니다.

기도하다 보면 자신을 늘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들, 여자, 꽃과 돌멩이...작은 것 앞에 무릎꿇지 않는자는 강자앞에 자신을 팔아넘깁니다. 그러나 약자앞에 무릎꿇는 사람은 강자앞에 절대 무릎꿇지 않습니다. 무릎 꿇는 힘으로 살아온 이 사람들을 그 어떤 무기로 이길 수 있을까요?"

  (보라색은 박노해 시인의 답변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거대한 각성의 외침이 아니라 따스한 눈길과 따스한 가슴을 가지고 울며 삶의 터전을 잃고 울며 광야 길을 걷는 여인의 어깨에 얹힌 슬픔위에 걸린 실낱같은 희망을, 폐허로 부서진 마을에서 빵을 구하러 가는 남매를. 돌팔매질을 하다가,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더없이 평화롭고 고요한 얼굴로 조용히 양을 감싸 안은 소년을 사각의 필름안에 담아 낸 몸집은 작지만 한없이 넓고 따스한 가슴을 지닌 시인과 함께 광야 길을 걸으며 내 상처 받은 영혼의 아픔이 싸매지며 작은 희망의 씨앗 하나 솟아오름을 감지한다.

 

절체절명의 위험 속에서도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쉬지 않고, 기도해 마음자락을 온전히 비우지 않고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는 해뜨는 동쪽( middle east) 의 한가운데 사는 영혼들, 신발조차 신을 수 없이 가난해도 우정의 잔, 축복의 잔, 평화의 잔, 그렇게 세잔의 샤이로 새로운 아침을 여는 영혼들, 사르밧 과부의 한줌의 밀가루처럼 귀한 일용할 양식으로 구운 빵과 샤이 꿀로 지나가는 길손 누구라도 대접해 보내는 영혼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지 못한다면 그들에게서  공동체적 삶과 평화를 배우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라 광야의 빛나는 영혼들이여~~  더는  죽지도 다치지도 절망하지도 말고,  희망의 꽃, 평화의 꽃을 활짝 피워 모두가  두 손 마주잡을 그날까지 반드시 살아남으라~~~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음악영상] 라 광야展 영상도록! 다운받아가세요~ (9) 라 광야 01-18 33073
공지 <라 광야>展에 와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라 광야 02-12 23130
공지 [작가와의 대화 4] 지금바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희망… (3) 라 광야 01-27 32178
공지 [작가와의 대화 3]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라 광야 01-25 32267
공지 [작가와의 대화 1] 지구시대, '자기 존재의 발 밑을 돌아보… (1) 라 광야 01-16 29617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3] "진리를 알려고 하는가, 진리를 살려고 하… (1) 라 광야 01-28 31195
공지 [작가와의 대화 2] "영혼이 부르는 대로 가다 보니 그 현장이 저… 라 광야 08-03 24643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2] 저항하지 않으면 젊음이 아닙니다 라 광야 01-25 29790
공지 [대학생과의 대화 1] 어떻게 사람의 심장이 둘로 나뉘어질 수 있… 라 광야 01-21 30527
119 망설이다가 다녀왔는데, 다녀오길 정말 잘했네요. 김현주 01-27 2633
118 오 마이 뉴스 -영혼의 빛을 보다/여성장애인의 손을 처음 잡아 … 이영미 01-27 3432
117 조금 더 일찍 봤더라면... ㅠ.ㅠ/ 박노해니~임~ (2) 고은광순 01-27 3137
116 박노해 시인과의 대화를 듣고... 추석 01-27 3352
115 [후기] 라 광야의 올리브 나무처럼 강인한 사랑으로! 人鬪 01-27 3048
114 [후기] 나눔문화와 닮은 달달한 샤이.. 권영은 01-27 2925
113 [후기] 평화를 향한 작은 날개짓이 언젠가 '꽃'을 피… 한형기 01-27 3677
112 팔레스타인 여성 레몬나무로 이스라엘에 맞서다 이명옥 01-26 4099
111 [후기] 시인의 영혼과 함께 광야를 걷다[1월 25일 라 광야(Ra Wi… 이명옥 01-26 4056
110 또 선물받고 왔습니다. <라 광야>에서 권영은 01-26 3085
109 도록... 손가연 01-25 2728
108 [후기] 라광야의 무지개가 두어깨 위에 고미숙 01-25 3830
107 [후기] '라 광야'는 사진의 노동의 새벽 소낙비 01-25 3072
106 [작가와의 대화 3]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라 광야 01-25 32267
105 [후기] 가슴에 많이 남아서 글과 사진 남깁니다.. 순이는 지… 01-25 2938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