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광야] 박노해 사진전 -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전 [라 광야]

 
오 마이 뉴스 -영혼의 빛을 보다/여성장애인의 손을 처음 잡아 준 그 사람
 글쓴이 : 이영미
작성일 : 10-01-27 20:13 조회 : 3,378  

서로 다른 물방울이 모여서 하나로 흐르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차에 탔다. 마치 서로 다른 땅의 물방울이 모여 옹달샘이 되어 시내가 되어 강물을 향해 흐르는 것처럼......다르다는 것은 삶의 서로 다른 형태를 말한다. 남자와 여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른과 아이, 직장인, 자영업자와 백수, 부자와 수급자 등의 형태이다.

그러나 한 버스를 타고 서울의 라 광야(빛의 땅) 박노해 사진전을 보러 가는 이들의 마음은 한 마음이었고 점심 대신 나누는 귤 한박스와 백설기 한 박스 그리고 김밥 한통을 서로 나누어 먹는 이들은 한 식구였다.


어떤 자영업자는 문을 닫았고 직장인은 휴가나 조퇴를 신청했다. 백수와 어떤 기초수급자는 교통비와 식비로 한 사람당 책정된 5000원이 없었지만 밝은 얼굴로 그냥 나왔고, 불혹이 넘은 나이에 결혼해서 몸살앓이를 하던 취미로 시를 쓰신 분은 몇 날을 신랑을 졸라서 마침내 함께 나왔다.

 

10년 박노해가 조그만 이 소도시로 왔을 때 그를 만나 손을 잡아본 사람도 있고, 박노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서울의 좋은 사진전과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간다니 그냥 그 누군가가 좋아서 그냥 덩달아서 믿고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함께 온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어렵고 뒤로 가는 여러 가지 사회환경적인 그런 시대이지만, 사진이 말해주는 깊은 슬픔과 어려움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에요." 

 

이 말의 뜻은 그래도 우리나라는 고아라거나 장애라거나 어려움이 있어 차별을 받더라도, 죽을 때까지 천대를 받거나 언제 부모형제가 총탄을 맞을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지경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일제 치하도 모르고 6.25도 모르고 자란 세대에게는 이 사진전이 주는 현장의 느낌은 충격이기도 하고, 슬픔의 의미를 아는 사람에게는 감동이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신선한 빛이기도 하다. 신세대와 구세대가 사진을 통해서 대한민국이란 작은 땅에서의 삶의 굴레보다 좀 더 넓은 땅의 바람과 먼지와 빛들을 함께 느끼는 순간이다.

 

10년 전에 없었던 생명이었던 존재지만 이 존재들은 앞으로 10년 후 어떤 모습이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로 해서 자신안에 소중한 보물을 찾아가는 지혜의 거름이 될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전동휄체어가 2대 있었는데 너무나 묵중한 전동휠체어라 전시장계단을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가져간 간이 휠체어를 내 몸처럼 조심스럽게 전시장안으로 들어주는 사진전 안내청년들로 해서 편의시설이 없다 해도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 장애편의란 물질의 미비함은 사람의 마음으로 채울 수 있었다. 장애편의가 완비되어도 아무도 봐주지도 잡아주지도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나았다.

 

이 땅의 어느 문화예술인도 관심가져주지 않았던 여성장애인 운동

 

10년 전에 박노해 시인이 처음으로 소도시로 내려왔을때  말 못하고 몸을 반만 쓸 수 있는 그녀는 비문해와 비혼으로 하루 6끼의 오빠네집 식구들의 식사와 살림만을 불편한 몸으로 하고 살았다. 그녀는 여성장애인단체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 첫 회원이었다. 서예를 배우러 온 그녀였지만 비문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는 소도시의 어떤 문화예술인들도 여성장애인들의 삶에 주목하거나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러나 시인의 도움으로 무료교육센터가 설립되고 그녀는 국어, 산수, 사회생활, 자립공부 등을 하면서 35년 가까이 식모처럼 살던 오빠집에서 독립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획득하는 자아를 찾았다.

 

수시로 찾아와 나눔을 실천했던 여성장애인 교육센터에서 박노해 시인이 그녀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그녀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고, 10년이 지나 그녀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박노해 사진전을 찾아갔다.

 

그리고 아이가 그녀의 삶보다 더 힘들고 깊은 슬픔의 사진들 속에서 영혼의 빛을 느끼고 좋은 삶의 향기를 나누어 받기를 소원했다.시인이 정성스럽게 사인을 하고 그 앞에서 아이는 숙연하게 앉아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표현할 수 없는 감회의 울림이 파도치는 모양인지 만감이 서린 표정이다.

 

시집을 발간한 수종이는 새로운 시집의 출간을 앞두고 찾았다. 듣지 못하는 자영업아저씨는 수종이의 휠체어를 잡았지만 수종이가 움직이자는 말을 해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수종이는 좋아서 연신 웃고, 사진앞에서는 진지하게 불편한 뇌성마비의 몸을 가다듬어서 글자 하나 하나 마다 열심히 보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전신마비 뇌성장애이지만 혼자서 집에서 대학도 졸업한 그녀도 있다. 그녀는 한 번도 고개를 바로하고 사진을 보거나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래도 그녀의 눈빛은 사진속의 사람들의 눈빛처럼 살아있다.

 

자영업자인 구두방아저씨는 한 곳에서 30년 간 구두방을 한다. 그러나 항상 좋은 일을 찾아서 나눈다. 듣지 못하는 그는 유혹이 판치는 복잡한 세상을 믿는 대신 좋은 사람을 믿는 단순함으로 살아간다. 그에게 박노해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그냥 좋은 일을 하는 멋진 사람이고 그 멋진 사람과 한 시대에 살아가는것이 좋아 그냥 친구처럼 시인의 어깨에 손을 덥석얹고 포옹을 한다.

 

10년 간 찍은 4만 점의 사진중에서 37점의 깊은 슬픔이 담긴 영혼의 사진, 그 사진으로 해서 사람들이 맑고 새로운 힘으로 지구공동체, 평화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전시회를 위해 시인은 빚을 졌다고 했다.

 

그리고 사진은 더러는 팔리고 더러는 남았고 사진전이 진행되는 한 달동안 시인은 황폐된 땅을 다니느라 많이 손상된 머리카락이 더욱 마르고 살이 빠지고 초췌해졌다. 그러나 그윽하고 깊은 미소는 더욱 깊어진 느낌이다. 마치 오래된 올리브 나무처럼.....

 

가난한 시인, 그러나 평화를 나누어 주는 너른 가슴

 

내일이면 끝나는 이번 사진전에 다녀간 사람은 꽤 많았고, 날마다 많은 언론과 방송이 보도했지만 시인이 빚을 갚고도 넉넉히 남을 만큼 그렇게 물질은 축적되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물신의 찬란한 빛은 아날로그 흑백들과 손을 잡지 않기도 하고  다시 소도시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탄 사람들에게 내려가면서 따스한 밥들이라도 먹고 가라고 나누어준 정을 보면 짐작이 가기 때문에...

 

들어오는 대로 모으면 누구나 현실의 부자가 되겠지만 들어 오는대로 부지런히 나누고 사는 시인은 그냥 가난한 사람으로 남을 것 같다. 마치 누구나 항상 앉을 수 있는 그런 비어있는 의자처럼......그런 시인에 비해서 나는 누구나 앉을 수 없게 항상 가방하나는 올려놓은 의자같기도 해서 내심 반성이 들기도 한다.

 

돌아오는 어두컴컴한 차 안에서 사람들은 시인이 먹고가라던 밥 한술에 배부르고, 앙상한 손으로 포옹하거나 악수를 하면서 나누어준 미소에 가슴이 따스하다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이 땅에서 아주 많이 열리고 있는 수많은 사진전 중의 하나를 보러간 것이 아닌 박노해 시인의 빛을 보러 간 것이 더욱 맞을 것 같다.

 

같은 차를 타고 같이 밥을 먹던 잠깐 한 식구였던 사람들은 도착이 가까워오자 서로 다른일상을 찾아가는 다른 사람들로 빠른 속도로 변신한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전화해서 예약된 병원앞에서 만나자고 하고, 누군가는 시어머니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사무실에 야근을 하러 간다며 남은 김밥과 떡을 가져간다. 라 광야의 불씨 하나씩을 저마다 가슴에 안고 새해에 각양각색 불꽃들을 잘 피우기를 내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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